"상처를 회복하는 힘은 '은혜'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싸우지 말라’던 바울의 충고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가르침인 ‘사랑’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 지난 14일, 하이데저트 지역의 영적 회복을 이끌어갈 책임을 맡은 제20대 한인목사회 회장 홍정택(71) 목사를 중앙교회에서 만났다 .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내년 10월까지 1년간 목사회를 이끌게 된 그의 일성은 화려한 구호보다는 깊은 ‘성찰’과 ‘회복’에 맞닿아 있었다 .
현실을 직시하는 목회, ‘성령의 위로’ 강조
하이데저트 지역은 시니어 인구의 비중이 높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정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며 외로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 홍 회장은 지역 교인들을 “상처가 많은 분들”이라고 진단하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행사보다는 본질적인 ‘성령의 위로’라고 강조했다 .
그는 목사회의 현실적인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목사회의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원이 필요한 행사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신 한인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동참하여 지역 사회를 섬기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대신 그가 주목하는 것은 ‘기도의 연대’다. 홍 회장은 기존의 부활절, 성탄절 연합예배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를 구상 중이다. “교회 연합으로 새벽 특별 기도회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매일 교회마다 돌아가면서 릴레이 형식으로 새벽 제단을 쌓는다면 지역 전체에 영적인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입니다.”
“70년 습관은 사람의 힘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교회를 떠나거나 쉬고 있는 이른바 교회를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모든 목회자의 고민이다 . 이에 대한 대책을 묻자 홍 목사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바로 ‘주일성수(主日聖守)’다.
“주일성수는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생업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하며 영적인 쉼을 얻는 거룩한 구별됨입니다.” 그는 특히 공동체의 식탁 교제를 강조했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교회는 친교와 은혜가 흐르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그의 목회 철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다. “70~80년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온 습성은 내 의지로 고쳐지지 않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은혜뿐입니다. 말씀이 심령에 부딪혀 은혜가 될 때, 비로소 회복과 변화가 가능해집니다.”
오지 선교사에서 하이데저트의 교회 담임으로
홍정택 목사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1993년 미군 제대 후 39세의 늦은 나이에 부흥집회에서 강렬한 성령 체험을 하고 소명을 받았다 . 이후 베데스다 신학교와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국제개혁 장로신학대학을 거쳐 2005년 인랜드 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
안수 직후 그가 향한 곳은 편안한 목양지가 아닌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오지였다. 그곳에서 10년간 선교사로 헌신하며 복음의 야성을 길렀다 . 이후 건강 악화로 하이데저트로 돌아와 성문교회를 개척했고, 펜데믹 이후 샬롬교회, 복음교회와 연합 예배를 드리며 협동목사로 섬기기도 했다 .
그리고 지난 5월, 그는 중앙교회의 제안을 받아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중앙교회는 41년의 역사를 지닌 하이데저트 지역의 ‘첫 교회’다. 1985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사역하며 안수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
“역사가 깊은 만큼 아픔도 있었고, 여러 사연도 많았던 곳입니다. 하이데저트의 장자 교회로서 무너진 부분을 다시 세우고 ‘회복’시키는 것이 저에게 주신 사명이라 믿습니다.”
“뿔로 들이받는 염소가 아닌, 순한 양이 되어야”
인터뷰 말미, 홍 회장은 하이데저트 지역의 갈등에 대해 뼈있는 비유를 던졌다.
“성령의 말씀으로 은혜를 받지 못하면, 순한 양 같던 성도도 어느새 염소가 되어버립니다. 서로 뿔로 들이받고 상처만 남기는 염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교인 수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양성을 하나로 묶는 힘은 오직 성령뿐임을 재차 강조했다 .
“목사회의 회장으로서 거창한 계획보다는, 각 목사님들이 자기 교회를 잘 섬길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말씀으로 은혜받아 양들이 평안히 쉴 수 있는 목장,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교회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홍 목사의 바람대로 다가오는 한 해, 하이데저트에 ‘싸움’이 아닌 ‘회복’의 찬가가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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