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돈의 의미가 사라진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테슬라의 전기차 혁명, 스타링크의 글로벌 인터넷망,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일론 머스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인물이다. 그의 예측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최근 머스크는 피터 디아만디스의 팟캐스트 'Moonshots'에 출연해 흥미로운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가 그린 미래는 우리가 알던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다.
기본소득을 넘어선 세계
머스크가 제안한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 UHI)'은 기존의 보편적 기본소득(UBI)과 다르다. UBI가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는 재분배 정책이라면, UHI는 생산 구조 자체가 바뀌어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핵심은 '노동의 탈화폐화'다. 일하고 임금을 받는 시스템 자체가 해체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지식노동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육체노동을 대신하면 생산비용은 설비투자와 전기요금 수준으로 떨어진다. 머스크는 이를 "AI와 로봇공학의 초음속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경제학 용어로 풀면 이렇다. 재화 공급이 화폐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빨리 늘어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물건값이 극도로 싸져서 구매력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폭풍전야의 3~7년
문제는 지금부터다. 머스크는 앞으로 3년에서 7년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AI는 사무직 업무의 절반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물리적 작업까지 로봇이 대체하기 시작하면 일자리 감소는 가속화된다. 그런데 정부는 이 속도를 전혀 쫓아가지 못한다.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현금 살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닌 과도기적 처방에 불과하다.
험난한 터널을 지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머스크는 대략 5년 뒤부터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의료 시스템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교육은 AI 튜터를 통해 완전히 개인화되어 누구나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물질적 결핍은 사실상 사라진다.
풍요의 역설
그러나 머스크는 이 낙관적 미래에 경고등을 켠다. 모든 것이 쉽게 손에 들어오는 세상에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잃을 수 있다. 도전과 성취의 기회가 사라진 삶은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결국 UHI는 단순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근본적 전환이다. AI와 로봇이 경제적 빈곤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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